최근 영국을 뒤흔든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정확한 사망자 수조차 집계되지 않았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 경찰은 지난달 14일 화재 당시 건물에 350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255명은 목숨을 건졌고, 14명은 집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러한 추정대로라면 사망자는 81명이 된다.
그러나 이번 화재의 공식 사망자 수는 그동안 계속 늘어났다.
화재 당일 맨 처음 6명이라고 발표됐던 사망자 수는 곧 12명으로 정정됐고, 이튿날 17명에서 16일 30명, 17일 58명, 19일 79명, 28일 80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이날 다시 81명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여러 생존자와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발표된 인원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그렌펠 타워에는 129가구에 259명, 가구당 평균 2.35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그렌펠 타워가 있는 켄싱턴·첼시 자치구처럼 가난한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인구조사에서 주민 수가 실제보다 적게 집계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집에 실제로 몇 명이 살고 있는지 밝히기를 꺼리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민 다수는 무슬림으로, 대가족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들 외에는 주로 독거 노인들이 거주한다.
특히 이번 화재는 주민 대부분이 집안에 있었을 오전 1시께 발생했다.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이어서 해외에서 온 방문객이 많았을 가능성도 있다.
2014년 당선된 현지 지방의회 의원인 라샤리는 "선거유세 때를 떠올려보면 주민 수가 최소 400∼500명은 된다고 본다"면서 "그렌펠 타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조슈아 반타르는 웹상에서 그렌펠 화재 실종자와 시신 발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크라우드소싱 기술을 이용해 93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 통계학자 미셸 폰안은 거주자들의 유전자(DNA) 표본이 화재로 파괴됐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 아파트에 몇 명이 거주했는지 알기 전까지는 정확한 사망자 수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런던경찰청 피오나 맥코맥 경정은 수색·수습 작업과 신원 확인이 끝나야 정확한 사망자 수를 알 수 있다면서 올해 안에는 최종 사망자 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경찰이 거주자와 사망자 추정 방법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일부 주민들은 당국이 희생자 수를 축소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경찰은 학적부를 비롯한 정부 기록과 다른 자료를 바탕으로 거주자 수를 추정했다면서도 정확한 집계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