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잇따라 탈퇴를 선언한 유네스코(UNESCO)는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세계평화에 대한 열망에 따라 유엔과 동시에 설립된 유엔의 교육·문화 부문 산하 기구다.
그러나 인류 평화 증진과 보편가치 제고라는 목표와 달리 유네스코는 최근 몇 년간 각국이 상반된 역사 해석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며 반목을 거듭해온 외교의 '전쟁터'였다.
갈등의 축으로 부상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은 총 1천73개가 등재돼있다. 자연유산에 관해서는 국가 간 이견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문화유산에서는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치기 일쑤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유산이 인류 전반에 통용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각국이 경험한 역사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보편가치에 대한 해석은 첨예하게 엇갈리곤 한다.
유네스코는 최근 몇 년간은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목으로 시끄러웠다. 미국은 탈퇴선언에서 여러 가지를 들긴 했지만, 유네스코가 역사 유산과 관련된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혈맹국이다.
유네스코는 작년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7월엔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했다.
유네스코의 아랍 회원국들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다수 결의안을 냈다.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을 예루살렘의 '점령자'로 표현해 이스라엘이 격분했다.
중동 문제 외에도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노역의 한이 서린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도 한·일 간의 입장이 뚜렷이 갈렸다.
한국은 당시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지만, 일본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과 중국 등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의 피해를 본 8개국 14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에 반대하는 막후 외교전을 치밀하게 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위안부 기록물 유산 등재 저지를 위해 유네스코를 상대로 분담금 감축 카드를 들고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