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6월 5G 네트워크 장비업체 선정을 앞두고 걱정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지난 달 2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2018에 참석해 기자와 만나 “화웨이는 걱정이다” 고 말했다.
SKT는 지난 1월 5G 네트워크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전사적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고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 등 국내외 장비업체에 2차 입찰제안요청서(Request For Proposal)를 발송했다. 1차 요청서는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먼저 지난 해 7월에 발송한 바 있다.
5G RFP는 SK텔레콤이 구상하는 5G 상용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정리한 문서로써 이번 2차 RFP에는 3GPP 5G 표준을 기반으로 상용장비의 세부 기술과 사업 요구사항을 담았다.
SK텔레콤은 2차 RFP를 통해 선정될 협력사와 5G 상용망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MWC 개막 이튿날인 27일 화웨이 부스를 방문해 중국 본사에서 온 한국 담당 임원진과 비공개 미팅을 가졌다.
지난 달 초엔 SKT 임원진이 화웨이 본사를 방문해 5G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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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awei's booth at Mobile World Congress 2018 (Song Su-hyun/The Korea Herald) |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웨이는 이번 MWC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5G 장비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cloud), 스마트씨티(smart city) 등 5G 서비스를 선보였다.
박 사장이 화웨이를 두고 고민에 빠진 이유는 중국산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및 안보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LG유플러스가 국내 통신사로서는 처음으로 화웨이 LTE 장비를 들여왔을 때 우리 정부 뿐만이 아니라 미국 의회도 중국 통신망이 주한미군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논란이 일자 당시 LG유플러스는 미군 기지 근처에는 중국산 장비를 쓴 기지국을 두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SK텔레콤이 5G 최종 협력사로 화웨이를 낙점할 경우 LTE 때처럼 보안 문제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박 사장은 “정부와 고객을 봤을 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SKT)가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 덧붙였다.
SKT는 지난 해 초부터 화웨이 핵심장비를 구입해 경기도 분당 사옥에서 테스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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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Telecom CEO Park Jung-ho speaks to reporters at Mobile World Congress 2018. (SKT) |
한편, KT도 화웨이 장비 구입을 고민 중이다.
이번 MWC에 참석한 한 업계관계자는 “KT가 SKT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 SKT가 화웨이를 벤더로 선정하게 되면 KT도 가능해진다” 고 전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를 눈 여겨 보고 있는 이유는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선 국제기구의 조건에 부합하는 장비 중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화웨이가 3GPP 기준에 맞는 클라우드 기반의 5G 장비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3GPP 기준에 부합하는 5G 장비 중 프리(pre) 테스트를 거친 제품은 화웨이가 유일하다.
SKT가 복수의 벤더 중 화웨이를 포함하게 될 경우 국내 네트워크 장비 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LTE 시장 기준으로 국내 장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 45~ 40%, 노키아 30~32%, 에릭슨 17%, 화웨이 5~10%로 추산된다.
SKT와 KT의 LTE망 벤더는 삼성, 노키아, 에릭슨이며, LG유플러스는 3사와 화웨이를 벤더로 두고 있다.
송수현 코리아헤럴드 기자 (
s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