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성향 뉴스채널 폭스뉴스가 '성희롱' 파문에 휩싸인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67)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그에게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의 퇴직금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20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액수"라고 말했다.
오라일리의 퇴직금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스(NYT)는 최대 2천500만 달러(약 284억5천만 원)에 달한다면서 이는 그의 1년치 연봉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폭스뉴스의 모기업인 21세기폭스는 전날 성명에서 "여러 (성추행) 주장에 대한 철저하고 신중한 검토 끝에 우리는 오라일리가 방송에 복귀하지 않는 쪽으로 당사자인 오라일리와 합의를 봤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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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폭스뉴스를 소유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역시 전날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우리는 철저한 조사와 검토를 했고 그것을 토대로 결론을 내렸다"고 답한 뒤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폭스뉴스는 성희롱 논란에도 올해 초 오라일리와의 계약을 연장했으나, 주요 광고주들이 떠나는 등 파문이 계속 커지자 결국 그를 해고했다.
올해 초 계약 연장 당시 그가 받기로 연봉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1천800만 달러(약 204억8천만 원)라고 전했으나, CNN은 이보다 많은 2천500만 달러라고 보도했다.
오라일리는 자신의 프로그램 '오라일리 팩터'에 등장했거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일했던 여성 여러 명으로부터 성희롱 혐의로 고소당해 여성·시민 단체들은 물론 폭스뉴스 내부에서도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오라일리의 성추행 문제는 NYT의 지난 1일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NYT는 당시 오라일리가 지난 15년 동안 5차례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됐으며, 합의를 위해 지불한 금액이 모두 1천300만 달러(약 147억9천만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오라일리에 앞서 지난해 불명예 퇴진한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의 성희롱 사건을 해결하는데도 막대한 회삿돈을 투입했다.
NYT는 폭스뉴스 측이 두 사람의 성희롱 사건으로 날린 돈만 최대 8천500만 달러(약 967억3천만 원) 이상이며, 이 중 6천500만 달러(약 739억7천만 원)는 두 사람의 퇴직금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일스 전 회장은 4천만 달러(455억2천만 원) 이상의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폭스뉴스는 오라일리가 빠진 오후 8시 황금시간대에 터커 칼슨을 투입했다. 칼슨은 그동안 '터커 칼슨 투나잇'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