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의 여파로 미국인들 사이에 테러 공포증이 다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일리노이 주 시카고를 향해 출발했던 항공기가 한 탑승객의 오해 때문에 이륙 직전 게이트로 되돌아가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또 영국 런던발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행 항공기내에서는 비상탈출구 문을 열려는 술취한 여성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께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서 활주로로 진입하던 스피릿항공 여객기 969편 안에서 무슬림계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뉴스를 시청하다 '수상쩍은 행동'으로 오해를 사, 일행 3명과 함께 강제 하차했다.
메릴랜드 경찰 당국은 "조종사로부터 '3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탑승객을 기내에서 제거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 이들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목격자들은 연행된 4명 모두 30대 초반의 중동계로 보였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무슬림계로 보이는 남성 탑승객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 것을 다른 탑승객이 이슬람국가(IS) 관련 영상물로 오해하고 승무원을 부르면서 일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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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그는 "연행한 4명을 심문하고 소지품을 확인했으나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모두 처벌 없이 풀려났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해프닝이 파리 테러로 인한 이슬람 공포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피릿항공 대변인은 "항공기 출발 직후 한 탑승객이 승무원에게 다른 탑승객의 '이상 행동'을 알렸고, 조종사에게 보고됐다"고 말했다.
당시 기내에 있던 한 탑승객은 "승무원들이 '항공기가 게이트로 되돌아가고 있으니 보안요원 도착 때까지 착석 상태로 움직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보안요원 2명이 기내로 들어와 같은 줄에 앉아있던 남성 2명과 여성 1명에게 하차를 요구하자 이들은 조용히 일어서서 짐을 가지고 내렸다"며 "보안요원들이 돌아와 그들 뒷줄에 앉아있던 1명의 남성을 추가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항공사 측은 "한때 모든 탑승객이 하차했다가 보안 당국 요원이 기내 안전을 확인한 후 다시 타고 예정 시간보다 3시간 30분 늦은 오전 9시30분께 목적지를 향해 재출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런던 히스로 공항을 출발해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으로 향해가던 영국항공 213편 기내에서는 한 여성이 객실내 비상탈출구 문을 열려고 시도하며 소동을 벌였다.
영국항공 측은 "30세 정도로 추정되는 이 여성이 막무가내로 비상탈출구를 열려고 하다가 승무원 및 일부 승객들에게 제압됐다"며 "술에 취한 상태가 분명해보였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난동이 테러 공포의 확산 와중에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항공기는 이륙 6시간30분 만인 이날 오후 1시30분께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으며, 문제의 여성은 대기하던 주경찰에 인도돼 수감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