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최악의 연쇄 테러를 자행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공격하겠다고 공개로 위협하고 나섬에 따라 미국 정부에 초비상이 걸렸다.
IS가 이전에도 미국에 대한 공격 위협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러시아 여객기 추락, 레바논 자살폭탄 테러, 파리 테러 등 보름 새 연이어 발생한 대형 테러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미 당국이 예사롭지 않게 판단하고 있다.
특히 파리 테러범 가운데 2명이 그리스에서 난민으로 등록한 후 프랑스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미 내년에 중동 난민 최소 1만 명을 수용하기로 한 미국 정부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다가 '제2의 9·11 테러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 '뉴욕이 다음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등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16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1만 명의 지상군 투입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우리가 지금 전략을 수정해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으면 또 다른 9·11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강경파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 역시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공습 위주의 작전으로는 IS를 이길 수 없다며 지상군 투입을 거듭 압박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앞서 전날 뉴욕의 라디오 채널 AM970 '더 캣츠 라운드테이블'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이미 젊은 친구(테러리스트)들에게 '난민을 위장해 베를린, 뉴욕, 파리 등에 도착하게 되면 곧바로 전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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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파리에 이어 뉴욕과 베를린 등이 IS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미 정치권에선 지난해 8월부터 1년 넘게 국제연합국 주도의 IS 공습을 주도해 온 미국이 이번 파리 테러를 계기로 IS에 대한 공습 내지 지상작전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자칫 IS의 더욱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보복 테러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IS가 직접 공격이 어려울 경우 미국 내 자생적 테러리스트, 즉 '외로운 늑대'(론 울프)나 위장 난민을 활용해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미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에 영향을 받은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가 심심찮게 발생해 왔다.
일례로 지난 7월 16일 테네시 주(州) 채터누가에서는 무슬림 청년 모하마드 유수프 압둘라지즈(25)가 해군 시설 두 곳에 총을 난사해 현역 군인 5명이 사망했고, 앞서 1월에는 IS에 영향을 받은 이슬람 청년 크리스토퍼 코넬(20)이 의사당에 대한 총격 테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반자동 소총 2정과 실탄을 구입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일단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주요 건물은 물론이고 '소프트 타깃'(soft target), 즉 민간인들이 많이 모이는 경기장 등 테러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와 별개로 외로운 늑대 추적 및 검거 작전을 강화하고 나섰다.
IS에 의한 테러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 대선판 역시 요동치는 분위기다.
그동안 안보 이슈가 다소 뒷전으로 밀려났으나, 파리 테러를 계기로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한 형국이다.
지난 14일 CBS 방송 주최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2차 TV토론 역시 주자들 개개인의 약점이나 경제관 등 다른 어떤 이슈보다 IS 대책 등 외교·안보 현안이 최대 쟁점이었다.
특히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여전히 지상군 투입을 거부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를 지지하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IS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약하고 무능하다"면서 "이것은 전쟁이다. 우리가 그들을(IS)를 거세게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날 CNN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IS에 대해 전쟁을 선포해야 하고 미국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야 한다"며 적극적 군사개입을 강조했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같은 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것은 문명의 충돌이다. 여기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우리가 이기거나 IS가 이기는 것 외에는 없다"면서 "클린턴 전 장관이 왜 '급진적 이슬람'과 전쟁하고 있다는 말을 기피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분석가들은 테러 이슈가 큰 틀에서는 공화당에 호재라고 분석하면서도 미국민의 절반 이상이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는 여론을 감안하면 꼭 유리한 것만 아니라는 상반된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화당 경선으로 시각을 좁혀 보면 9·11 테러 이듬해 이라크 전쟁을 개시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부시 전 주지사가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