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약 당국은 최근 탈옥한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이 지난해 2월 체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탈옥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전 인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P통신이 입수한 미국 마약단속국(DEA) 문건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지부 소속 마약요원들은 지난해 3월 구스만의 탈옥 계획과 관련한 정보를 처음으로 인지했다.
이는 구스만이 지난해 2월 멕시코 서부 해변 리조트에서 체포된 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다.
요원들은 당시 구스만의 '시나롤라 카르텔'이 후원하는 또 다른 마약 조직이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탈옥작전이 준비되고 있다는 정황을 보고했다. 이 작전에는 간수들을 위협하거나 뇌물로 매수하는 계획이 들어있었다.
특히 구스만 가족들과 마약계 동료들은 구스만이 체포된 직후부터 잠재적 탈출 작전을 강구해왔다고 문건은 밝혔다.
요원들은 같은 해 7월 문건에서 구스만의 아들이 탈옥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변호인단과 군 방첩요원을 연방교도소에 보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같은 해 12월 텍사스 주 휴스턴 현장사무소 요원들은 멕시코의 한 육군 장성이 '구스만과 함께 2013년 7월 체포된 로스 세타스 조직의 두목 미겔 앙헬 트레비노를 풀어주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보고했다.
마약단속국은 그러나 구스만이 지난 11일 땅굴을 통해 탈옥할 계획이라는 정보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한편, 구스만이 교도소에 수감된 지 17개월 만에 탈옥했다는 소식에 미국에서는 충격과 분노에 가까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검거됐을 당시 미국은 구스만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멕시코 검찰은 "다시 탈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를 미국으로 넘기지 않았다. 구스만은 2001년에도 탈옥한 전력이 있다.
그런 그가 다시 탈옥했다는 소식이 12일(현지시간) 전해지자 미국 사법당국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멕시코 정부의 우려를 공감하며 수색 작업에도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당국의 좌절감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피터 벤싱어 미국 DEA 전 국장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마약조직 두목이 탈옥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그는 미국 감옥에 수감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드로윌슨센터의 데이비드 셔크 연구원도 "공개 표출되지는 않더라도 멕시코에 대한 미국이 불신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그가 다시 검거되면 미국의 신병 인도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이고, 멕시코 정부 역시 거부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감자 관리가 허술한 멕시코 감옥의 평판을 감안하면 그의 탈출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도 지적한다.
미국에서 마약 불법거래 용의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갈 피제츠키는 "그가 그 감옥에 그토록 오랫동안 갇혀 있었다는 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에 이어 그를 '공공의 적 1호'로 지목했던 미국 시카고 주정부는 이번 주 중으로 그에게 '공공의 적 1호' 칭호를 다시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