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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플래너의 귀환, ‘날 호구라고 불러다오’

(Suk Gee-hyun/The Korea Herald)
(Suk Gee-hyun/The Korea Herald)
올해도 어김없이 그 녀석이 돌아왔다. 모닝커피 계산대 앞에서 ‘잘 지내니? 몇 잔만 더 마시고 날 가져봐’라며 붉은 옷을 자랑하는 그.

마니아층은 몇 개씩 쌓아둔다는 몰스킨 플래너에 알록달록하게 나의 스케줄을 기록해가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신용 카드를 내민다.

“카페라떼 아이스 톨 사이즈 한잔 주세요.”

기자는 모바일 뱅킹도 불과 2년 전에 시작했을 만큼 ‘디지털 귀차니스트’ 이지만 안내에 따라 앱 다운을 받고, 카드를 등록하고, 제휴 카드 할인받을 수 있도록 사이렌 오더라는 기능도 활용해본다. 

커피도 마시고 다이어리도 받고, 그 와중에 할인까지 받는 내가 기특하다. 구매액의 일부는 사회공헌에 쓰인다고 하니 심지어 난 착하기까지 하다. 완벽하다. 카드 청구서가 날아오기 전까진.
(Suk Gee-hyun/The Korea Herald)
(Suk Gee-hyun/The Korea Herald)


올해 12년째인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플래너 마케팅은 국내 스타벅스 마니아층은 물론 20, 30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2014 스타벅스 플래너는 출시 20일 만에 10만 개 소진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는 스티커 쿠폰을 사고파는 진풍경도 보였다.

소비자들은 재고가 소진되기 전에 얼른 스티커를 모아야 한다는 조바심과 어차피 마실 커핀데 다이어리도 받는다는 자위로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 바로 앞에 1,500원에 커피를 마실 수 있음에도, 나는 플래너를 받으려고 스티커 17장을 모으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스티커 17개에는 크리스마스 음료 3잔이 포함되어 있다. 그 3잔은 주변에 인심 쓰기 용으로 사용된다. 

그럼 결국 난 '득템'이라고 불리는 스타벅스 플래너를 위해 과연 얼마를 소비하는 것일까?

(Starbucks)
(Starbucks)

기자가 마시는 아이스 카페라떼 톨사이즈(4,600원) 14잔, 크리스마스 음료인 헤이즐넛 크런치 모카 톨 사이즈 3잔을 주문할 때 총 81,2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회사 앞의 저렴한 2,500원 커피 17잔보다 무려 두 배나 비싼 가격이다. 어르신들 말씀을 따자면 내복 한 벌 사서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겨울 교복이라고 불리는 유니클로 히트텍 상하의 세트는 39,800원, 조금 더 두툼한 엑스트라 웜 히트텍은 49.800원이다.)

올해 스타벅스 플래너는 총 4종으로 출시됐으며 스티커 프로모션과 상관없이 다이어리를 구매하려면 그 중 2종 (검정, 빨강)으로만 선택권을 준다. 

인기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머지 2종(흰색, 민트)은 크리스마스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해야만 받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플래너 구매 돌풍은 마치 아이돌 팬들이 콘서트 때만 살 수 있는 응원봉, 티셔츠 등의 굿즈(goods)를 사려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다이어리 등의 사은품을 걸고 프로모션을 해도 실패하는 이유는 스타벅스만큼 충성고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 석지현 기자 monica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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