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이 이라크 정부의 거듭된 철군 요구를 무시하고 23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에서 첫 군사행동을 시작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날 "페슈메르가(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군조직)의 요청에 따라 바쉬카 군기지에 주둔한 우리 군이 그들을 도왔다"며 "페슈메르가에 우리의 포병부대와 탱크, 곡사포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 방송도 페슈메르가 관계자를 인용, 터키군이 이날 IS 점령 지역을 포로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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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슈메르가의 모술 탈환 작전 |
터키가 17일 시작된 모술 탈환전에 직접 군사 개입한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모술 탈환전 이면에 잠재한 이라크와 터키의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바쉬카 지역은 모술 북부의 산자락에 있는 지역으로 페슈메르가가 이슬람국가(IS)와 전선을 형성한 곳이다. 모술 도심에서는 북동쪽으로 약 10∼20㎞ 정도 떨어져 있다.
터키 군 500여명은 바쉬카 기지에 주둔하면서 페슈메르가와 수니파 부족을 훈련하고 군사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터키의 개입 중단을 요구했고, 바로 전날에도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가 이를 못 박았지만 터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과감하게 군사행동을 전개했다.
이는 22일 터키를 방문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터키도 IS를 격퇴하기 위한 국제동맹군의 일원이라면서 모술 탈환전 참여를 사실상 용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터키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의 우호적인 관계도 터키가 이라크에 슬금슬금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터키를 강하게 거부하지만 터키와 경계를 맞댄 쿠르드자치정부는 터키와 긴밀히 협력해왔다.
터키는 같은 쿠르드족이지만 자국 내 쿠르드노동당(PKK)은 테러조직으로 규정, 맹폭하고 있지만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와는 원만한 관계다.
반정부 세력인 PKK를 고사하려면 쿠르드자치정부와 손을 잡아야 유리하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자치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육로로 터키에 수출하는 등 터키가 요긴한 무역로다.
이 때문에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는 동족이면서도 PKK와 거리를 두고 있다. PKK와 같은 진영으로 묶여 터키와 대립한다면 여느 때보다도 가능성이 커진 독립국가 수립에 재를 뿌릴 수 있어서다.
지난해 말 터키가 PKK 소탕을 구실로 쿠르드자치정부 지역의 산악지대를 폭격했을 때 이를 묵인한 것도 이런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페슈메르가는 이날 바쉬카 지역을 IS에게서 완전히 탈환했으며 모술에서 5㎞ 앞까지 진격했다고 밝혔다.
카터 미 국방장관은 23일 쿠르드자치지역의 수도 아르빌을 방문해 "페슈메르가가 격전지에서 희생을 감수하고 매우 잘 싸우고 있다"고 치하했다.
이어 IS를 시리아 락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고립시키는 군사작전을 보기 원한다면서 "모술과 락까에서 동시에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