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최측근 차은택, 문체부 관여 의혹
야당, 최순실 관련 문체부 법안 통과 반대 움직임
전문가들 “한복진흥법안 통과돼야”
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정국을 마비시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사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한복문화산업 진흥법안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한복 관련 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일 한복문화산업 지원 및 육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한복문화산업 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97억원(연평균 39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한복진흥원 설립과 한복문화산업 전문인력 양성, 국제교류 및 협력 사업의 활성화 지원 등을 지휘총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복 외교를 강조하면서 2013년 취임식 만찬 당시에도 한복을 입고 참석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광복 70주년 기념 한복특별전-한복, 우리가 사랑한’이라는 이름 청와대 사랑채에 특별전시회를 열어 박 대통령이 입은 한복 세 벌이 전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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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멕시코 시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한복 차림으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하지만 최근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광고 감독 차은택(47)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문체부에서 전권을 휘둘렀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법안통과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차씨는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자리까지 꿰차면서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문화 관련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차씨는 또한 미르재단 설립 당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친분이 깊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한 광고 회사에서 감독으로 일 할 당시 함께 사업을 진행한 인연이 있다. 차씨가 문체부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추론할 수 있는 이유다. 야당에선 이에 대해 “차씨가 김 전 장관 밑에서 문화 관련 사업에 특혜를 받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 한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한복문화산업에 큰 힘을 보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관련 진흥법안까지 좌초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박주민 더민주당 의원은 “이미 당 차원에서 ‘최순실 예산’은 전면 거부하기로 당론을 결정한 상태”라며 “박 대통령의 한복도 최순실이 골라줬다는 동영상이 나온 상황에서 행정부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가만히 둘 수 있겠느냐. 여당도 지금 상황에서 그 법안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재구 규방공예 전문가는 ”해당 법안이 좌초되면 장기적으로 한복 원단소재 등 관련 산업기반의 성장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한류 정책의 큰 틀에서 한복육성 법안이 국내 한복 산업에 미치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복은 한국 고유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 문화제 중 하나인데, 진흥법은 이를 보전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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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국빈만찬. (사진=연합뉴스) |
배화여대 전통의상학과 박상희 교수도 “한복문화 보존에 대한 정부의 인식개선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서 이 같은 악재가 터져 안타깝다”며 “전통문화라는 것은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나서서 보호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문체부 산하 한복진흥센터가 있지만 예산이 모자라 한복문화 관련 수업 강사들에게 줄 수강료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배화여대는 교육부에서 학교정원을 줄이는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전통의상학과가 패션산업과로 통폐합됐다. 그동안 전통의상과는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전통복식산업과 전통문화상품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학과였다.
광장시장에서 40년 넘게 한복 도매업을 해 온 윤병수(62)씨는 “지금 한복 도매쪽 상황은 역대 최악”이라며 “한복은 혼례 때나 입는 일회성 의상이라는 인식 때문에 요즘은 손님들이 한복을 구매하지 않고 대여를 한다. 그나마도 중국, 베트남에서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이어 “좀더 세련되고 편안한 한복을 개발해 젊은 층의 수요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가 나서서 관련 전문가 육성도 하고 문화장려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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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에서 한복 도매업을 운영하고 있는 윤병수(62)씨. (사진=박세환/코리아헤럴드) |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한복 시장 확대를 위한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관련 산업에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와는 별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리아헤럴드=박세환 기자 (
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