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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명품, 한국소비자만 '봉'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파운드화가 폭락하면서 주요국에서 잇따라 가격을 내리고 있는 영국 고가품 브랜드 버버리가 국내에서는 뒤늦게 가격을 '찔끔'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버버리코리아는 최근 브렉시트 여파로 파운드화가 폭락하자 이를 수입가에 반영, 의류와 잡화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9% 인하했다.

이번 가격 조정으로 버버리 패딩은 25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내렸고, 캐시미어 코트는 37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영국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는 국민투표에 의해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해 6월 이후 연말까지 17%나 폭락했다.

원화 대비 환율 역시 지난해 2월 파운드당 1천765.90원에 달했으나 9일 현재 파운드당 1천468.13원으로 17% 하락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파운드화 통화 가치 절하폭만큼 제품 판매가를 내려야 하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친 셈이다.

반면 버버리는 앞서 홍콩에서는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변동분을 반영해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15% 내렸다.

일부 품목의 인하폭은 최대 20%에 달했다.

버버리가 지난해 9월 홍콩에서 가격을 인하할 당시 홍콩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약 9.75%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통화 가치 하락폭보다 가격 인하폭이 더 컸던 셈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버버리가 중국(홍콩)에서는 매우 발 빠르게 통화가치 하락폭보다 더 큰 폭으로 판매가를 내렸으면서 국내에서는 한참 지나서야 '찔끔' 가격을 내린 것은 한국 시장을 우습게 보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버버리코리아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제품 가격이 브랜드에 적합하게 책정되도록 적극 관리하고 있으며 이의 일환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버버리는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행정부의 반(反)부패 캠페인으로 인한 중화권 매출 감소와 고객 선호도 하락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가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폭락으로 가격을 내리면서 실적이 소폭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버버리뿐 아니라 다른 해외 사치품 브랜드들도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 시장에서는 잇따라 가격을 내리면서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배짱 인상'을 일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샤넬은 지난 1일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화장품 가격을 1~5%, 로라메르시에도 같은 날 2~7% 가격을 인상했고, 에르메스는 지난 6일 가방과 스카프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2.6% 올렸다.

루이뷔통도 지난해 말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7% 인상했다.

반면,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는 많은 사치품 브랜드들이 한국과 반대로 가격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카르티에·구찌·보테가베네타 등이 가격을 최대 8% 내렸고, 중국에서는 지난 5일부터 에스티로더 그룹 브랜드인 클리니크·바비브라운·맥·조말론 등이 300개 라인 제품을 최대 18% 인하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합리적 소비가 정착된 일본이나 반부패 캠페인이 한창인 중국에서는 시장과 소비자 눈치를 보며 가격을 내린 해외 사치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는 '비쌀수록 잘 팔리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배짱 인상'을 일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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